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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013년 12월 18일, 디지털 시대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흔히 사이버 세계라고 불리는 온라인 상에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요. 냉장고와 TV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시대에 무리한 개인정보 수집 움직임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의안이 표결 없이 통과된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생활의 권리는 장단점조차 무의미하도록 보장되어야 할 권리일 것입니다.


프라이버시란 단어는 언제 생겼을까요. 연세대 통신연구소의 강정수 박사는 19세기에 유럽에서 열차가 확산되고 기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생활의 개념이 등장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날 기차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여행할 때 마차를 이용했습니다. 종종 낯선 이와 마차에 함께 오를 일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드물었는데요. 특히 낯선 사람과 마주한 먼 거리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차가 생기면서 불편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마주하거나 나란히 앉아야 했기 때문인데요. 오늘날 우리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당연한 일로 여기지만 이전 19세기 유럽인들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낯선 사람과 몇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스트레스 때문에 의사의 상담까지 받곤 했다고 하는데요. 그와중에 나온 팁은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말라와 책을 읽어라였다고 합니다. 기차 옆에 앉거나 마주앉은 사람이 무언가를 읽는 것은 방해하지 말라란 뜻으로 여겨지곤 했다고 합니다. 또한 굳이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으면 책이나 신문을 읽는 역할까지 한 것이었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이 무렵 기차역 근처에서 신문과 책을 파는 풍경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프라이버시 침해는 개인이 혼자 있을 권리를 간섭하거나, 개인의 삶을 남들에게 알리거나, 개인에 관한 잘못된 얘기를 알리거나 특정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사생활의 권리는 사고의 자유, 육체에 대한 통제, 고독의 즐거움, 자신의 정보를 통제할 권리, 감시받지 않을 권리, 명예, 수색과 수사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프라이버시는 기차 여행에서 가져온 프라이버시와 다른 개념일까요. 기본적인 생각은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프라이버시의 근간은 온라인과 디지털로 저장된 사회에서 오프라인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것인데요. 아날로그 시대,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엔은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를 분리하고 보장하자는 결의안을 만들었을까요.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는 유엔 결의안이 마련되기 전에 논의되었습니다. 그런데 2013년 들어 유엔이 디지털 프라이버시권도 인권이라는 말을 한 데는 발단이 된 사건이 따로 있었습니다.


2013년 여름, 세계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 NSA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NSA가 미국의 한 글로벌 기업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 감청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인데요. 에드워드의 폭로는 계속 되었으며, 얼마 뒤엔 독일과 브라질 등 국가 정상의 이메일과 통신도 감청했다는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있기 전의 시대와는 달리 감시, 감청 범위와 규모는 어마했습니다. 그의 폭로는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선택한다면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 수집은 프라이버시 침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차에서 옆 사람이 나를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때, 내가 누군지를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같이 들 것입니다. 여행 출발지와 종착지도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일텐데요.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서는 모든 게 기록되며, 알릴 지 말 지 고민을 하기도 전에 내 행적이 기록되며,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웹사이트의 어떤 단추를 클릭했는지도 기록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자기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이용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에 이러한 회사들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위치, 관심사항, 이메일 내용, 친구 관계를 알게 모르게 서비스 사업자에게 제출하곤 합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는 친구를 찾기 위해서는 출신학교와 사는 지역, 좋아하는 것 등 프로필을 보다 꼼꼼하게 채워넣는 게 좋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 외에도 스마트폰에 있는 앱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 뛰고 있는지 걷고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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