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5.11.06 07:30

 

Canon | Canon EOS 5DS | Pattern | 1/8000sec | F/1.4 | 0.00 EV | 35.0mm | ISO-100 | Off Compulsory

 

 

"안녕하세요, 마루토스님

항상 좋은 글과 말씀에 감사하며 잘 배우고 있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지금은 기초,기술적인 부분을 어느정도는 이해를 하는 단계에 온거 같아요

이를테면 다른 분들 사진을 보면

'아~, 이렇게 찍었구나, 저렇게 찍었겠구나 이런 피사체는 이런 렌즈로 찍어야 멋진데' 등등

 

그리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나올지 대충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피사체를 보면 가리기 시작합니다

뒷배경이 산만해서 예쁘게 안나오는데, 저건 색이 예쁘게 안나와 이러면서...

 

한번 본사진은 따라 찍어 구현할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실력이 빼어난건 아니구요

 

제가 마루토스님께 조언을 구하고 싶은거는요
이쯤 되니 사진이 정작 안늘어요. 뻔합니다

 

사진에 머무르는 시간 시선이동, 이런거는 이해하는데요
점,선,면 이런거야. 사실 제 범주는 아닌거 같구요...

 

뻔한 사진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시간되실 때 늦더라도 소중한 말씀 기다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어떤 분에게서 이러한 질문을 받고, 답을 해드렸는데


그 답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다른분들께도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 싶어

 

살을 좀 붙여서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

답변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느정도 무엇이든 할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안찍어도 찍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셔터를 누른 순간 이미 사진의 완성본이 보이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게 되는 대신 사진이 전반적으로 뻔해지는 단계에 누구나 다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누구도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레알 그래요.

이름난 거장들도 보시면 브레송이건 카파건 아담스건 카쉬건 할스먼이건 살가도건 최민식이건 김아타건

기교나 표현법은 어느정도 레벨 이상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거의 고정됩니다.


프로가 이럴진데 아마는 오죽하겠습니까. 사실상 벗어날 수 없습니다.

김아타작가 사진 보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초장노출 하나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이 단계에 들어서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계신 단계는 '어떻게'의 단계예요.
앞으로 다시 돌아가면 거기에 '왜?'가 있습니다.


사진을 왜 찍는지, 찍어서 어디다 쓸건지, 사진으로 무얼 말하고 싶은건지...


여태까지는 표현력이 부족해서 원하는대로 찍지를 못해 원하는대로 찍는다는 그 '수단'을 위해 공부를 하신겁니다.

 

원하는대로 표현하는 수많은 방법을 너무나 열심히 익히다보니
깜빡하고 살았지만 표현력이 어느정도 갖춰진 지금
원점으로 돌아가 비로소 수단이 아니라 '목적'에 집중할 수 있게 된겁니다.

 

이 기초단계에 도달했으면 이제 다른 작가나 다른 아마들이 그랬듯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거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거 그래서 자기가 얻고 싶은걸 추구하시면 됩니다.

 

 

저는 그게 아들 딸 찍어 가족이 하하호호 하는거였던거고

누구는 가난한 이들 찍어 작가연 하는거였던 거고
누구는 여행다니며 본걸 기록하는 거였던 거고...
그런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거장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거장들도 기초를 쌓은 후부터 작품세계가 시작됩니다.


최민식 선생님의 오래된 한국풍경은 흑백속에 적정노출로 순간을 잡기를 반복하며

세바스티앙 살가두는 일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카쉬는 찍는 대상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포즈와 표정과 소품을 정해 찍었죠.

 

기교적으로 보면 이 거장들의 사진도 뻔하다 할 수 있지만
정작 사진은 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교가 아니라 내용이니까요.

기교를 힘들여 익힌것은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함이었으니까요.

 

다만, 표현력 그 자체는 지속적으로 계속 더 넓혀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익히신 기초들의 융합으로 생겨나는 여러 테크닉들은
계속 계속 익혀나가실수록 표현력이 넓어지니까요.

 

미술을 뭘 하건간에 시작은 데생입니다. 그리고 수채화 유화 수묵화...여러가지를 익히다가

한가지에 정착해 그리게 되는데 이경우도 기본을 할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말씀하신 그 정해진 어떤 형태에 고착화 됩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둘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형태는 두고 내용으로 승부를 하는 사람들이며

다른 하나는 파격으로 기존의 형태를 깨고 새 형태로 승부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술 사조라는게 생기는 거고, 인상파니 추상파니 입체파니 초현실파니 하는게 생기죠.

이게 미술에서의 이야기인데, 사진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생깁니다.

 

그게 바로 예전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다큐멘터리로서의 사진, 미술로서의 사진...그런 구분이고

요즘에 와서는 포토샵이 더해져 디지털아트라는 신장르까지 생긴게 현실입니다.

 

그 두 큰방향중 어느쪽을 하실지는 본인이 선택하시는 거죠.

 

그러나 그러한 기교만이 사진 표현력의 전부는 아닙니다.
내용으로 승부하겠다...그 뒤부터는 인문학적 소양과 교양도 중요해집니다.

 

사진에 꽃 하나를 넣더라도 꽃말이나 꽃이 지닌 색의 의미를 알고 넣고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수많은 시각적 예술들에 대한 오마쥬도 필요하며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소품하나 복장하나까지도 신경쓰는 세심함이 필요해지기도 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배경이나 빛 보고 맞춰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티같은걸 짜고 머리속에 그린 그림을 실체로 구현화 해내기 위해 환경까지 만드는 것은 또 별개예요.

이제 그런거에 도전해보실 때가 된겁니다.

 

저도 제 사진이 어느정도 정형화 되어있고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딱히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작년과 올해 비교해 성장한 아이들의 다른 모습...그 자체가 사진을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가족사진의 특권이 이런거죠 ㅋ

 

또 가족사진은 일단 실패하지 않는것이 제일조건이며 뻔해서 나쁠것도 없고

가끔 새로운 시도 조금씩 해보면 그걸로 만족이거든요....

 

 

사진이 뻔해졌다고 느끼신다면 일단 기교의 기초는 되신겁니다.
그렇다면 기초들의 융합에서 나오는 더 넓은 표현법들을 익히시면서

이제 사진의 내용과 목적, 무엇을 왜 담을지, 나만의 플러스 알파를 무엇으로 할지를 신경쓰시면 되는거예요.

 

이게 제 대답입니다.

----------------------------------------------------------------

 

...쓰고보니 정작 답변보다 살이 꽤 많이 붙긴 했는데...

여튼 뭐 다른 분들께도분명 도움 되리라 믿고 올려봅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오럴그래퍼 선배/마루토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3번 정독했습니다. ㅋㅋ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네요 ㅠ.ㅠ
    저의 최대의 적은 게으름인듯 ^^;;
    아하하하하하

    2015.11.06 08: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고무장갑

    전 기교도 모자라서 뻔하지도 못하지만...
    오늘 글은 정말 감명을 많이 받았네요.
    그래서 평소에 매일 구독만 하고 댓글 거의 안남겼는데, 댓글 남기게 됩니다.
    사진이 뻔해진다는게 그정도로 실력이 는거군요...
    저도 얼른 사진이 뻔해지도록 노력해야겠네요. 하하하

    2015.11.06 08: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꽃된장

    언제쯤 이런 경지에 이를지 그저 농사일에 바빠 핸드폰으로 계절의 변화들을 담아 기록하는 저로서는 다른세상이야기를 하는듯하네요.......그렇지만 은퇴후 사진에대한 작은 꿈을 갖고있기에 열심히 공부하고있는중이지요.........심오한 고뇌의 질문에 좋은답변 잘보고갑니다...

    2015.11.06 09: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일정경지 이후에 대한 내용이라
    무협소설 상승무공 비기를 읽은기분입니다..
    갈길이멀어요 ㅠㅠ

    2015.11.06 21: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나약함? 나 강함!

    여행 중 멋진풍경을 DSLR로 찍는 어느 여행객의 멋스러움을 보고 DSLR을 구입하였습니다. 저에게는 그 행위가 멋있어 보였던것 같네요
    목적을 가지고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 행위를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 그럼 나도 멋져보이겠다는 기대.... 그리고 새로운 취미... 아이들의 성장기록...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 ㅎ
    여러가지 이유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비싼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사진이 좋아지는 만큼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 표현하고자 하는 것,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인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5.11.06 23: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좋은글입니다.
    특히 인문학적 소양과 교양...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정말 잊어버리고 생각지도 못했던걸 깨우치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2015.11.07 00: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사진가

    저는 사진이라는 삼각형에서 inspiration, vision, skill이라는 세 꼭지점이 맞물려 올라가면서 점점 더 자신이 원하는 사진에 가까워 진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그림을 미리 마음속에서 볼 수 있는 vision(마루토스님이 언급하신 부분에서 따 오자면 '안 찍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vision을 실현시킬 수 있는 skill, 그리고 마루토스님이 본문에서 말씀하신 '왜?' 라는 질문... inspiration.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뒤쳐진 부분이 자신의 사진의 발전을 가로막는 현행과제가 되겠죠.
    약간 다른 얘기지만 요즘 세상은 인터넷 보급에 의해 정보의 접근성이 워낙에 평준화되었으니... 관심 조금만 있는 사람은 일정 수준의 skill이나 vision, 심지어는 inspiration에 이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개나소나 사진 잘 찍는 세상이 됐지만 좋게 말하자면 기술적 측면이나 예술론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각자 진정으로 자기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을 추구할 자유를 얻은 시대라고 말하고 싶네요.

    2015.11.07 01: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사진에 관심이 생겨 돌아디니다가
    몇일전부터 좋은 글 쭈욱 보고 있습니다. 마루토스님께 많이 배워갑니다.^,^
    눈팅만 하다가 글남기고 갑니다~

    2015.11.09 00: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마루토스님 사진찍는 분들 보면요. 유명하신분들, 사진 잘찍는분들, 마루토스님도 여기에 포함되시는데요
    이런분들은 대체로 사진을 다(종별로) 잘 찍는데, 주로 한가지 쪽을 많이 찍더라구요

    그게, 곰곰히 생각 해보니까요

    다른걸 못 찍어서 그런게 아니라. 자기 사진을 찍으니깐 그런거 같아요
    저는 많은 오마쥬를 섭렵할려구요. 조금씩 조금씩 제가 필요한 만큼만요 ㅎㅎ

    2015.11.09 15: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글' 이라고 하면 그 안에 수필, 소설, 시, 논문, 기사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걸 다 잘쓰는 문인은 없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사진'안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걸 다 잘찍으려 할 필요는 없다는게 제 생각이예요. 시면 시, 소설이면 소설이듯 자기 분야다 생각하는 사진만 잘찍으면 되는듯합니다 ㅎㅎ

      2015.11.09 17:18 신고 [ ADDR : EDIT/ DEL ]
  10. 비밀댓글입니다

    2015.11.16 20:15 [ ADDR : EDIT/ DEL : REPLY ]
  11. 멋지고 좋은글 퍼가도될까요?

    2015.11.20 18: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필요해서 구글에서 진중권의 말이 안통하니 도저히 이길 수 없다를 검색해보니
    미래의 짐순이의 호적수님이 구명조끼를 입고 웃고 있는 사진이 뜹니다.
    https://www.google.co.kr/imgres?imgurl=http://cfile1.uf.tistory.com/image/212A784D551B5B2306788A&imgrefurl=http://ran.innori.com/761&h=735&w=1000&tbnid=aE5qh8rgXTSUHM:&docid=qC8yIEjQaXO6rM&ei=kaZhVpHzOceV0gTo-pKgDQ&tbm=isch&ved=0ahUKEwjR_6G_uMLJAhXHipQKHWi9BNQQMwhoKEMwQw

    구글까지 쫓아와 짐순이를 위협하는 건가여?
    애들은 잠잘 시간이라구~!!! T_T

    이거 라키시스처럼 56억 7천만년 탱탱할 수도 없고.. 캬캬캬

    2015.12.04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생각치도 못했던 이야기와 사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머릿속에 담았습니다. ^^

    2015.12.18 15: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화신선

    안녕하세요~
    관련 포스티이 있을지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잘 안보여서... 댓글로 질문을 드립니다.
    가족사진이 없는 듯 해서, 가족사진을 찍을까 알아봤는데, 기본이 100만원이 훌쩍 넘더라구요~(액자 한개만...)
    그러다 보니 사진이 취미인 제가 셀프로 한번 찍어볼까도 생각을 해봤는데, 여러 고민과 궁금증이 생기네요~
    먼저
    1. 제 카메라는 E-M1(미러리스)인데 큰 사진으로 출력시 광량만 확보되면 큰 문제 없을까요?
    2. 플래시도 꼭 있어야 할까요? (제가 플래시를 한번도 사용 안해봐서 잘 모르거든요~(번들 제외)
    3. 평생 한번 있는건데, 비싸더라도 전문 사진사에 맡겨서 의뢰하는게 나을까요??

    2015.12.21 1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물론 전문가에게 맡긴다면 잘~ 찍힌 가족사진을 멋진 액자로 받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저는 직접 셀프 스튜디오 대여해서 시도해보시는걸 권해드리고 싶네요. 아주 좋은 추억이 되거든요. 사진은 그럭 저럭 건질 수 있고..

      카메라가 뭔지는 상관이 없고, 플래시 쓰는게 아니라 보통 스튜디오에 비치된 제대로 된 외부 순간광을 동조기 사용해서 쓰게 됩니다. 설정은 스튜디오 실장님이 도와주실테니 즐겁게 촬영해보시는데 올림 카메라여도 상관없어요. 한번 꼭 시도해보세요.

      2015.12.21 15:05 신고 [ ADDR : EDIT/ DEL ]
  15. 이글을 보면서 머리속엔 역쉬 마루토스님은 프로중프로라는 생각이드네요.
    좋은글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2016.01.25 0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링크를 걸어서 공유했습니다. 괜찮겠지요?

    2016.02.11 16: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제노

    얼마전 스트로보 동조 관련하여 팁을 찾아다니다가 우연찮게 마루토스 선배님의 블로그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것저것 좋은 글을 많이 정독하며 공감을 하다 이번에 이 글을 읽고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써 엄청난 깨달음을 준 글인것 같아 답글 남깁니다..
    정말 항상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4.28 19: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사업가

    딱 지금 제가 필요로 하는 답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2016.09.04 14: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