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3.12.23 08:32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Pattern | 1/40sec | F/2.5 | 0.00 EV | 50.0mm | ISO-400 | Flash fired, compulsory flash mode

 

웨딩이 되었건 돌스냅이 되었건 뭐 세미나가 되었건

[댓가]를 받고 촬영하는 행사촬영에 있어 사진사의 영역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해당 행사를 실패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필요최소한의 자기장비(백업포함)와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내공


둘째, 행사 자체를 능동적으로 리드해가며 참석한 사람들의 감정과 표정을 자유로이 이끌어 내는 친화력(진짜 행사 촬영 내공은 이런거임..)


셋째, 보험을 포함한 행사 전반의 흐름 및 컨셉샷등을 충분히 찍고, 사진사의 판단에 의해 최선이라 생각되는 편집을 할수있는 선별력과 보정력


넷째, 아무리 먼곳이라도 먼저오고 떠날때는 나중에 가며 식사따위 챙겨먹기보다 일생일대 인륜지대사를 꼼꼼히 찍어야 한다는 책임감



옵션으로 앨범, 액자등의 인화물을 제공하는 능력도 들어갈 수 있겠고요.




그러나 어느정도 스스로도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시는, 사진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

혹은 사진에 대해 정말 잘 모르시는 분들중에는

흔히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있는 장비 가지고 행사 두세시간만 찍어달라 하고 RAW파일 받아 내가 편집하고 내가 인화하면 돈절약하고 장땡 올ㅋ"

"주변 사람중에 카메라 큰거 가진 사람한테 대충 찍어달라고 하고 용돈정도로 넘어가기...ㅋ"


얼핏 매우 합리적인듯한 생각으로 보이며 그렇기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이분들은...역설적으로 몇가지 요소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제외하고 이런 생각을 하십니다.


이분들이 남들보다 먼저 먼길 오고 간다는 점도 빼놓고 생각하고

이분들이 (보통) 천만원 너끈히 호가하는 최고급 자기 장비가져와 쓰는데 그 렌탈비용만도 환산해보면 아득하련만 그런 생각 하지 않으며

이분들이 셔터만 대충 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행사를 리드하고 백업하며 감정과 표정까지 연출해내는 내공은 계산에서 쏙 빼고

이분들이 머리속에 염두에 두고 촬영하는 완성본은 무시한 채로 RAW받아 자기가 하면 되겠거니...생각하신다는 겁니다.



그러니 행사촬영 5만원, 10만원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

그래서 온갖 실패담, 인생에 한번뿐인 행사 사진 망친 경험담이 게시판에 넘쳐나는거죠....

애초에 이런 계산은 와서 3-4시간 찍어주니 시급 2만5천~3만3천원이면 되것네? 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아주 뛰어난 계산법이라 할 말을 잃을정도죠. (.....)




뭐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과 내공, 충분한 장비와 보정력으로 최선의 사진을 촬영해주시면서

말 그대로 장비렌탈비도 안나올 댓가 받고도 한 가족 행복하게 해주었노라 하는 보람에 기꺼이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솔직히 말해 극소수라고 봐야죠. 특히 아마 레벨에선....



이동시간 제하고 시급 2만 5천원 생각하시면서

시급 2만 5천원 이상의 퀄리티를 사진에 바란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넌센스고요.




아주 가끔....살다보면

[댓가]를 주고 받는 갑과 을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 갑과 을을 떠나, [댓가] 그 이상의 행복과 충족감을 서로가 느낄 수 있는 길과 방법이 있다는걸 알 때가 있는데


저는 이런 행사촬영이 그런 경우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바람직한건


의뢰측은 [치룬 댓가] 이상의 행복한 시간과 성공적인 행사, 그리고 나중에 그 기쁨을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는 뛰어난 사진을 얻고

의뢰받은측은 갈고닦았던 내공과 실력을 발휘해

말 그대로 혼신의 힘과 정렬을 쏟아 찍어드림으로서

[받은 댓가]그 이상의 보람을 스스로의 기쁨과 행복에 더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게 아닐까 싶거든요.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참 드문 경우긴 하지만 말입니다. (......)

요즘엔 겁도 없이 덥썩 용돈벌이 좀 해볼생각에 뛰어드시는 분도 원체 많기도 하고......

 

맡기시는 측이나,

맡는 측이나....생각을 좀 더 많이 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이런 포스팅도 해봅니다.

얼마전에도 슬픈 사건을 하나 접해서 말이죠.........;

 

 

Posted by 오럴그래퍼 선배/마루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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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취미로 사진한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사람들에게 전 사진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평소 연락 없다가도 개인적인 행사에 초대를 빙자한 사진을 부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번은 크게 안 좋은 일은 경험후에는 지인에게서 이런 부탁은 아예 안받곤 하죠..
    씁쓸하지만, 전 그렇게 되었네요.
    오늘 글, 너무나도 공감되어 남기고 갑니다.

    2013.12.23 08: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3.12.23 09:21 [ ADDR : EDIT/ DEL : REPLY ]
  3. 돌발상황때 책임질 자신이 없어서 정말 친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웨딩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습니다.


    메인 사진사에게 방해가 될까봐, 사진을 망쳐서 기분을 망친다거나하는 일이 일어날까봐 찍은 사진을 수시로 보여주고 대가는 절대로 안 받으려고 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받게 되어서 정말 미안했던 적이 있었죠.


    그것도 찍은 사진을 넘겨주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죠.

    2013.12.23 10:19 [ ADDR : EDIT/ DEL : REPLY ]
  4. 간단히 말해 날로먹자는 주의가 만연한것도 원인이겠죠. 또는 평소에 을질하는게 지쳐서 나도 갑질 한번 해보겠다라는 괴랄한 심리도 함께 시너지를 가져오겠습니다만...

    언젠가 말씀하신 이바닥 생태계가 뭔가 희한하게 꼬여있다라는 말씀에 대해 다시금 생각나게 해주는 포스팅입니다. 아울러 저도 모델출사 취미 하는 입장입니다만 이쪽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요지경이죠... 어차피 잼있자고 하는 바닥인데 뭔 그리 잡스러운 사념이 그리 많고 파벌이 그리 많아야 하는건지도 이해가 안됩니다만,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권위의식과 허세가 아주... 역겹더군요. (뭐 어느쪽에도 안끼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불구경하는 부분도 나름 쏠쏠한 잔재미가 있긴 합니다만...)

    세상은 미친듯이 넓고 내가 아무리 날고 긴다 해봐야 어차피 그 세상속에선 정말 미미한 부분일뿐이죠.

    2013.12.23 10:35 [ ADDR : EDIT/ DEL : REPLY ]
  5. 그나마 노동 착취가 아니라면 다행이지요 ㅜ.ㅜ.... '너 사진 잘 찍지? 이번에 OO하는데 잘하니가 좀 해줘.'이러면 진짜 -ㅅ-.... 문제는 해주고도 욕먹는 일이 있다는 것인데, 정말 중요하고 일생에 남겨야 할 행사라면 몇 푼 아끼기위한 모험보다는 확실하게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게 좋지 않나 싶어요. 사진이 좋은 카메라에 셔터만 누르면 끝나는 일도 아니고... 최근에는 스토리텔링도 중요해지다 보니 기획력도 요구되는데, 마지막 말씀처럼 맡기는 쪽이나 맡는 쪽이나 신중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봐요. 정말 좋은 내용입니다.

    2013.12.23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Aㅏ...
    오늘 안그래도 돌스냅 찍어달라는 부탁받아서 이걸 어째야하나 멘붕 중에 블로그 들어왔는데
    타이밍이.....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완전 모르는 사람이면 마음편하게 찍을거 같은데 아무래도 지인은 ... 잘해도 못해도 둘다 욕이라...
    좀 그렇더라구요.. ㅠ_ㅠ

    2013.12.23 11:24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런 글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ㅠㅠ

    얼마전에도 썼지만.. 정말 그지같은 스내퍼를 봤고... 저희 아이 돌때... 후배녀석이 선물로 스냅한다는 아는 지인을 스내퍼로 불러줬는데.... ㅠㅠ

    사진이 죄다 삐뚤빼뚤.... ㅠㅠ 정작 한장도 못건진건... 너무나도 후회막급이죠..

    2013.12.23 14: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왠만하면 고사하는게 정답인것 같더라구요...
    찍어주고 욕듣기 딱 좋은 케이스라.. 심지어 댓가(무보수)임에도 말이죠..;;;

    2013.12.23 15:59 [ ADDR : EDIT/ DEL : REPLY ]
  9. 원래 노동력에 대한 댓가를 우습게 아는 미풍양속(?)의 영향이기도 하죠.
    에휴..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들도 결국 어디선가 그런 취급을 당하고 있지요.

    뭔가 전문적인 기술을 가조 있다는 것은 위에서 말씀하신 것들까지 조율하는 건데
    사람들이 그런 것은 싸그리 무시하고 매우 간단한 절차 정도로 생각하더군요.
    요 몇 달 그런 상황 속에 사니 기분이 영 좋지 않군요...

    그나저나 5만원이 아까워 아이도 안낳는다는 말을 하는 용자가 나타나지 않는군요.
    그래서 어린 소녀가 대신!!!!!!!
    (점점 너는 모빌슈츠가 아닌 친구가 되자며 포를 갈기는 마법소녀가 되고 있구나...)

    2013.12.23 17: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사진을 촬영하지만 누구에게도 부탁 받은 적이 없는 저는 행복한 편일까요? ㅎ 동아리 몇 기 선배님 결혼식에 참석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카페에 올리는 용도로 자주 촬영하니까 알아서 올리겠거니~ 하고 냅두는 걸까요? 아무튼 저는 댓가를 바라거나, 줄테니 오라거나 하는 일이 없다보니 그냥 지나쳐왔던 일들에 대한 글이라... 뭔가 조금 다른 세상 일 같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씁쓸한 일이기도 하네요. 관심 있으면 알아서 촬영해서 줄텐데...

    2013.12.23 23: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비밀댓글입니다

    2013.12.25 11:58 [ ADDR : EDIT/ DEL : REPLY ]
  12. 말쑨남편

    오랜만에 들려서 댓글남기네요
    원래 우리나라가 자기 인건비는 연봉10억짜리고 다른사람 인건비는 일당 5만원으로 생각함 ㅎ
    오랜만에 들려도 배워가는게 많네요

    2014.02.07 17:39 [ ADDR : EDIT/ DEL : REPLY ]
  13. 비밀댓글입니다

    2014.11.11 18:2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