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2.10.08 08:31

 

Apple | Canon EOS 5D Mark II | Pattern | 1/400sec | F/2.8 | +0.33 EV | 200.0mm | ISO-200 | Off Compulsory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호가 쓰던 붓과 물감을 주고 고호가 그릴때 보았던 해바라기를 보여주며 고호의 해바라기와 같은 그림을 그려내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고호가 그린것같은 그림을 그려 낼 수가 없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리라고 한 사람에게 화를 내지 싶네요.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미켈란젤로가 쓰던 조각칼과 돌을 주고 같은 모델을 보여주며 피에타 같은 조각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당연히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만든 것 같은 조각을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미켈란젤로가 했던 순서 그대로 똑같은 각도로 똑같은 힘을 주며 해보라 한들 될 턱이 없죠. 저라면 조각칼로 똑같이 해보라고 한사람을 칠지도...




그런데 신기하고 놀랍게도

많은 초보분들은 누군가가 찍은 멋진 사진을 보며

만약 그사람이 그 사진을 찍을 때 쓴 장비를 가지고 그사람이 찍은 곳에 가서 그사람이 찍은 피사체를

그사람이 쓴 세팅값대로 찍으면 왠지 그사람의 사진과 꼭 같은걸 찍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내가 찍은 사진이 그사람처럼 안나오는건

그사람이 쓴 장비가 내게 없어서!! 라고 너무나 쉽게 생각합니다.

 

물론...고수 따라가 고수와 똑같은 시간에 고수와 똑같은 구도로 똑같은 세팅하고 똑같이 후보정하면

거의 똑같은 사진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이건 탁상공론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애초에 의미도 없구요.

심지어는 같은날 같은 피사체를 같은 세팅으로 찍어도

표정을 이끌어내고 포착해낼 능력이 있는 사람과, 수동적으로 세팅만 따라하며 셔터누르기 바쁜 사람의 사진은

같을 래야 같을 수가 없을겁니다. 이런게 내공이고, 이런게 바로 사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몫인걸요.

 

실제로는 무얼 들고 나가는지, 어디로 나가는지, 어느 시간에 가는지, 어떤 구도를 잡는지, 어떤 세팅을 하는지,

어떤 후보정을 하는지...아무리 세팅보고 따라하고 사진보고 따라한들 그대로 되진 않죠.

고호나 미켈란젤로와 거의 비슷한 이유에서 말입니다.

 

그런 모든 다른 선택이 모이고 모여 다른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다시말해 이 모든 선택은 온존히 사진사 자신의 몫이지, 무슨 장비의 몫이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도 끝까지 장비가 사진찍어준다고 우기고 싶으시다면 저도 드릴 말씀이 따로 없네요.

저절로 날라다니며 그림그리고 조각해주는 붓과 조각칼의 존재가 있다면 저도 사진 장비가 찍어주는거라고 맘편히 말하고 싶을정도예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은건 간단해요.

여러분이 고호가 쓰던 붓을 들고 미켈란젤로가 쓰던 조각칼을 써도 안되듯

여러분이 고수가 쓰는 장비를 비싼 돈을 주고 산다 한들 안되는건 안되는겁니다.

지금 당장 빛을 보는 눈과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예지력과 피사체의 개성을 포착할 순발력등이 없는 한은

제아무리 좋은 장비가 손에 쥐어진들 그냥 그뿐일 따름입니다.

아, 물론 화질은 참 좋겠네요. 비싸고 좋은 카메라니까(........)

비싸고 좋은거 샀는데 화질까지 않좋으면 뭐....(.......)

 

그림이나 조각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게 당연히 안될거라 생각하시는 현대의 지성인분들께서

유독 사진에 대해서만은 그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신기한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려보기 위해..

오늘은 이런 포스팅을 합니다만

 

예고드리건데 다음번 포스팅은 이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ㅎㅎ

 

실컷 좋은 장비 필요없단 식으로 써놓고 어떻게 뒤통수를 칠지, 기대해주세요 ㅎㅎㅎㅎ;;

 

 

 

Posted by 오럴그래퍼 선배/마루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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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호와 미켈란젤로가 쓰던 붓과 조각칼...이리 콕찝어 말씀해주시니 뭐라 할말이 없어지는군요ㅠㅠ

    2012.10.08 09: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뒷통수 기대가 되네요. ㅎㅎㅎ

    2012.10.08 10:41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2.10.08 11:40 [ ADDR : EDIT/ DEL : REPLY ]
    • 천만개의 가능성중 단 하나를 찝어 내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진사의 아이덴티티죠...

      그걸 볼 눈이 없는 사람들은 장비가 같으면 사진도 같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치는거구요..

      2012.10.08 13:13 신고 [ ADDR : EDIT/ DEL ]
  4. 제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좋은 장비의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것 같습니다 ㅡ.-); 여론이 좋다고 이야기 하는 장비인가? 아님 내가 쓰기 좋아서 좋은 장비인가...

    2012.10.08 11:47 [ ADDR : EDIT/ DEL : REPLY ]
  5. 언제나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게 되는 포스팅입니다. 공감 1200% 예용^^

    2012.10.08 12:25 [ ADDR : EDIT/ DEL : REPLY ]
  6. 요즘... 밝은 렌즈값의 장망원렌즈가 갖고 싶어 죽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

    2012.10.08 13:06 [ ADDR : EDIT/ DEL : REPLY ]
  7. 뒤통수! 뒤통수!

    이 글에 대한 감상은 다음 걸 보고나서야 해냐겠군요..

    2012.10.08 13:26 [ ADDR : EDIT/ DEL : REPLY ]
  8. 다음 포스팅을 보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2.10.08 13: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포스팅 된 글을 보고도..그래도 물어봅니다. ㅋ
    사진이 좀 화사한데....picture control(새도,대비, 밝기, 윤곽강조, 색조) 이런 것을 어느정도 설정하셨나요?
    이렇게 나오려면..picture control(니콘 기준)을 설정하는 것 맞져? 같을 어느정도 하셨는지 설정값이 궁금합니다.

    2012.10.08 16:53 [ ADDR : EDIT/ DEL : REPLY ]
    • 위 사진을 말씀하시는거라면
      RAW촬영 후, 픽쳐컨트롤/픽쳐스타일등의 제조사 제공 스타일을 일부러 완전배재하고 포토샵에서 자작프리셋을 적용하며 1차보정후
      JPG로 변환한 다음 제가 자작해놓은 필름느낌부여 액션을 적용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말씀하신 암부/대비/밝기등이 대략 얼마냐 물으신다면 답변이 곤란하네요..;

      2012.10.08 16:56 신고 [ ADDR : EDIT/ DEL ]
  10. 마루토스님만의 느낌이 있는 사진....
    왠지 부러운걸요~:)

    2012.10.08 20: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말씀 대로에유...

    사진도 내공이 참 중요해유..

    음악이나 미술, 무용과 같은 영역...
    재능자체가 없으면... 뭔가 제대로된.. 무었이 아애 나올수 없는데.

    그래도 사진의 경우...
    장비와 날씨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초짜라고 해도...
    메뉴얼에 따라.. 그대로 찍고, 보정법을 어느정도 익혀놓으면.. 눈에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들순 있긴해유...

    문제는... 그것이 사진의 전부이고 자신이 사진을 잘 찍고 있다는 착각이 무섭지유...

    단순한 카피켓인줄도 모르고 말이에유,.

    출???조선과 낙망???진 그리고 스르???에서 올라오는 십만만개의 동일혹은 유사한 카피켓의 유행이
    양적으론 커지긴 했지만.. 질적인 발전이 있는지 의문이긴 해유...


    ------------------------------
    정리하자면. 잘찍인 결과물을 보고..

    그와 동일한 장비세팅, 촬영기술, 보정법을 통해... 유사한
    카피켓을 만들어.. 사진사이트에 올리고.. 적절한 인맥을 통해
    일면에 오르는 메카니즘과 계속되고
    이것이 사진이 전부다라는 착각이 이어진다면.

    좋은 사진은 갈수록 나오기 어렵겠지유..

    2012.10.08 21:01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풍경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인물사진같은 경우는 더한게..."더 미녀를 찍을 수록" 자기가 사진을 더 잘찍었다 생각하게 되는 놀라운 착각들을 많이 하시죠.

      그리고 끝없이 더 예쁜, 더 늘씬한 미녀를 찾아다니고..

      2012.10.09 08:23 신고 [ ADDR : EDIT/ DEL ]
  12. 애가셋

    얼마전 피사체와 사진사와의 교감이 사진의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일이 있었어요.
    우리 둘째가 이제 6살인데 나름 무거운 데세랄이지만 아빠가 가르쳐준대로 곶잘 들고 사진 찍는걸 좋아하거든요^^
    이 아이 유치원 운동회 할때 카메라를 달라기에 목에 걸어주고 그립까지 잡아줬더랬죠. 신나서 여기저기 불꽃 셔터질을 해대더니 작년어 담임을 맡으셨던 선생님 사진을 찍겠다고 쭐래쭐래 가더라구요.
    카메라는 보급기에다 렌즈는 50mm^^
    사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찍어야 사진이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와 선생님이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이쁜짓 놀이를 하며 놀더라구요 ㅎㅎ
    지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사진을 보는데...
    지금껏 제 카메라가 담았던 모든 인물사진중에 최고의 장면이 있더란거죠
    (눈과 내공이 낮은 제 입장입니다^^;;)

    좋은 사진에는 여러요소가 있지만 피사체의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기위한 공감이나 피사체의 카메라 울렁증을 완전히 허물어뜨릴 사진사의 스킬이 그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장비에 대한 욕심이야 늘 있지만, 따뜻한 마음이나 피사체와의 거짓없는 교감 이런게 더 필요한 초보 아빠사진사중 1명이었습니다*^^*

    2012.10.10 01:11 [ ADDR : EDIT/ DEL : REPLY ]
    • 바로 그 깨우침의 순간을 겪으셨군요.
      그거 정말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순간 결코 아닙니다.
      그 순간, 그 느낌을 가슴속에 담으시고 경험으로 삼아 앞으로 살려나가신다면,
      행복한 사진사로서 자부심을 지니실 수 있을것같습니다.

      2012.10.10 11:5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