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1.03.0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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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중에서도 사람들이 입을 모아

패가망신 하기 딱 좋은 취미라고 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대표적인것들이 자동차, 자전거, 낚시, 오디오, 카메라, 그리고 골프같은 것들이다.


이런 취미들을 골라 패가망신하기 딱 좋다고 하는건 주로 금전적인 이유들 때문이다.

자동차 한대에 몇천만원. 오디오 하나에 또 몇천만원. 카메라 하나에 몇백만원 등등..

그 취미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소위 기본적인 장비에 드는 금액들이 비싸고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큰돈을 쓰게 되기때문에 패가망신 하기 좋다는 것이다.


듣노라면 얼핏 그럴듯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뻥안까고 그런식이면 세상천지에 패가망신 하지 않을 취미라곤 거의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표수집취미? 그런건 얼마 안할것같다고?

우표도 똑같다. 제대로 비싼 우표같으면 소도비 경매장에서 집 몇채 가격으로 거래된다.

책은 아니라고? 초판모으기 같은 취미 있으면 패가망신 시간문제다.

음악감상도 제대로 하려면 세계 유수의 유명 오케 연간회원권쯤은 끊어줘야 할테고

취미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탄다 해도 계절마다 보드와 장비들 갈아치우며 스키장시즌권 끊어대려면 장난아니긴 마찬가지다.


요컨데 취미중에 패가망신과 관계되지 않는 취미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왜 취미들이 패가망신과 연관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장비의 가격같은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내생각에 그것은 "자제심의 결여, 공부하긴 싫지만 결과물에 대한 욕심"이다.



취미라는건 전에도 이 블로그에 적은 바 있듯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재충전해주며 삶에 있어 활력을 불어넣는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보는것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비생산적 활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제심이 부족한 사람이 지나치게 취미에 빠져들게 될때 모든 문제는 발생한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라는 명목하에 더 좋은 장비를 더 큰돈을 들여 구입하고

더 나은 손맛을 찾는다며 신소재 카본 낚시대가 꼭 있어야만 할것같기도 하며

비거리가 일야드라도 더 늘어난다면 기꺼이 새 신소재 드라이버를 구입하기도 하고

미친듯한 존재감을 위해 자동차에 온갖 튜닝을 가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지나친 금전적 소모를 숨기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에게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가 하면

결과물의 질이나 양이 취미의 즐거움과 그리 관계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오직 허영심때문에 지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렇게 질러대면서 그들은 한결같은 변명을 한다.

요약하자면 대부분 그것이 더 나은 "결과물"을 내어준다는 식이다.


이 블로그는 사진블로그니까 사진과 카메라를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최고급 렌즈와 최고급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선명하고 화질 좋은 사진이 나온다며

와이프에게 거짓말을 해서까지 장비를 지르는 그런 케이스를 우리는 정말 흔히 본다.


그들의 문제는 무엇일까?

내생각엔 그건 애초에 취미의 개념을 잘못 이해했거나 혹은 남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어놓고 뽑내고 싶다는 허영심이다.

공부는 하기 싫은데 더 쨍한 사진은 찍고 싶고, 그러다보니 더 비싼 좋은 렌즈로 찍으면 더 쨍해질거란 막연한 믿음때문이라는거다.


취미의 개념은 위에 적었듯 과정과 결과를 아울러 즐기되 결과와 성공, 실패여부에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

스트레스 해소 활동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과정따윈 아무래도 좋다.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취미활동에서 그 과정이 너무나도 귀찮기 때문에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과정 얼른 생략하고 그냥 무조건 남보다 쨍한 사진 찍어내고 싶다는 그 일념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과정을 생략한다는건...다시말해 공부도 생략한다는 뜻과 거의 일맥상통한다.


쨍하고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쨍한 빛등을 공부하는건 싫고 귀찮으니 더 나은 장비로 대체하려는 그런 마음이 분명히 있다.

비거리 늘리기 위해 폼을 고치고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건 싫고 귀찮으니 더 나은 드라이버로 대체하려든다.

월척을 잡지 못한게 낚시대와 미끼등 장비가 안좋아서라고 생각하지, 위치선정과 사전조사 잘 안한 자기탓이라곤 생각치 않는다.

차이코프스키 1812 서곡에서 중음과 고음과 저음이 분리되는것만 신경쓰지, 차이코프스키가 어떤 마음으로 그 곡을 작곡했는지는 생각치 않는다.


그렇다. 이런경우의 공통점은 다 일맥상통한다.

공부하고 익히고 고치고 배우고 수정하고 하는 그 과정, 그 학습이 지겹고 짜증나고 싫기만 하기에

대체수단으로서 지름으로서 더 나은 장비들로 커버하려 들기 쉽고

그 결과,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취미 라는 타이틀들이 이러한 취미들 앞에 붙게 된다.


요컨데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취미라는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사람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취미는 자신의 삶속에서 여가를 즐기며 좀 더 행복해지기위해 행하는 활동인데

그 취미때문에 본업말아먹고 가족을 불행하게 하는 그런 경우는 가급적 피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같은 맥락에서 난 "개인의 취미"를 위해 가족을 내팽개치는것도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말만 되면 필드 나가 산다던가, 밤낚시 가면서 주말과부 만든다던가,

와이프와 애 집에 두고 홀로 카메라들고 출사 나가 끝내주게 멋진 풍경사진 찍어본들..나는 행복할지 몰라도 가족은 불행하고

결과적으로 가정의 행복이 부셔지면서 나도 행복해지지 않는 바람직하지 않은 취미생활이 되기 쉽다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건 또 다음기회에 말해보고싶고 오늘은 이만 줄인다.

왜 나는 글이 자꾸 길어지는건지.....;;



Posted by 오럴그래퍼 선배/마루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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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8-75가 있으면서... 마냥 L렌즈를 쫒아서... 24-70을 찾아 몇일전부터 기웃기웃
    거리는 제가 부끄럽네요 ㅠㅠ 하....

    좀더 공부를 해야겠습니당.... 부족한 내공을 더 쌓아야겠습니답. +_+

    2011.03.09 17: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맞습니다.... 마라톤은 돈 안들 줄알았는데 그것도 엄청나더군요...
    취미는 취미일 뿐인데... 모두들 프로가 되려하는지....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여러가지를 생각해봅니다.

    2011.03.09 20:49 [ ADDR : EDIT/ DEL : REPLY ]
  4. 읽다가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네요 ㅎㅎ
    "요컨대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취미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사람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ㅎㅎㅎ

    2011.03.10 10:07 [ ADDR : EDIT/ DEL : REPLY ]
  5. 공감합니다.
    나도 돌아보며 살아야 겠습니다.

    2011.03.10 11:21 [ ADDR : EDIT/ DEL : REPLY ]
  6. 민지아빠

    이미 거덜나고 있어요 ㅋㅋ 단...제 비상금 통장이요. ㅜㅜ
    내공이 늘어야하는데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이 자꾸 늘어가네요 ㅜㅜ

    2011.03.10 11:43 [ ADDR : EDIT/ DEL : REPLY ]
  7. 역시 멋진 글입니다..

    연관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제 야경을 찍기위해 장산 약수암을 들렸는데, 몇분의 진사님들이 계시더라구요~
    그 중 한분이 저에게
    "사진은 잘 나오세요??"
    라고 여쭙길래
    "네... 그런데로요... 하지만 전 장비가 좋지못해서..."
    라고 웃었더니, 그분께서
    "카메라는 좋고 않좋고 그런거 없습니다~*"
    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결국 장비에 대한 갈망이 있고 자기 만족이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취미가 될 수 있고,
    멋진 사진을 위해 노력하고 내공을 쌓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왠지 선배님의 글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있어 주저리 주저리 댓글달고 갑니다..ㅋ ^^
    좋은하루 되세요~

    2011.03.10 13:57 [ ADDR : EDIT/ DEL : REPLY ]
  8. 속시원합니다~ ㅋㅋㅋ

    2011.03.11 00:22 [ ADDR : EDIT/ DEL : REPLY ]
  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인데, 카메라동호회나 일부 사진동호회에 보면 사진 잘 찍는 이야기보다는 장비 자랑이나 지름에 대한 내용밖에 없는것 같아 씁쓸했는데...
    많은 내용 공감하며, 또한 어떤 자세로 취미생활 해야하는지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

    2011.03.11 08: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장비자랑, 지름자랑, 그리고 내공자랑 사진자랑..

      이런걸 공유하는 사람들을 피하고


      과정을 즐기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친해지세요 ㅎㅎ

      2011.03.11 08:49 신고 [ ADDR : EDIT/ DEL ]
  10. bbodagu

    공감 그 자체^^ 완전공감~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예리한(?) 고찰이랄까..

    2011.03.14 17:31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정재모-규미아빠

    ^^
    루어낚시 + 사진을 같이 하는 저 에겐 확 와닫는 글이군요 ^^

    전 언제나 색시 와 울딸 과 동행 한답니다. ^^

    좋은글 잘 보고 가욤~~~

    2011.03.18 11:33 [ ADDR : EDIT/ DEL : REPLY ]
  12. 과정을 생략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서른디 하나로.. 애들 찍어주는 재미를 쫒는데... 공부의 필요성을 늘.. 느끼고 있답니다;;;
    장비를 지를 능력은 안되니, 공부를 더 해서 내공을 더더욱 쌓아야 할텐데, 그냥 담고만 있네요..ㅎㅎ
    좋은 말씀... 잘 봤습니다^^

    2011.03.22 11:37 [ ADDR : EDIT/ DEL : REPLY ]
  13. 조용현입니다^^

    처음 40디를 중고내수로 업체에서 구매했을시...세상을 다가진듯 했습니다.
    렌즈는 번들이었죠.
    관광지에서 보았던 너도나도 써드파티렌즈들을 보면서 나도 돈을 모아서 한개정도만 구매하려했지요..
    지금은 카드값메꾼다고 정신이 없습니다.ㅎ
    책상위 렌즈들과 바디가 저를 매일 비웃고 있습니다.
    마루토스님의 말씀대로 한순간의 욕심이 자초한 결과이지요.
    하지만 이젠 자제하려고요. 백통만 한개더사고....요 ㅠㅠ

    2011.04.05 16:23 [ ADDR : EDIT/ DEL : REPLY ]
  14. 박경원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문제는 사람이지 장비가 아닌듯 합니다.
    본질을 꿰 뚫는 말씀 깊이 새기고 갑니다.^^

    2011.04.05 17:44 [ ADDR : EDIT/ DEL : REPLY ]
  15. 로넬

    바디가 어떤게좋은줄몰라 흔히쓰는 550을 구입후..
    렌즈또한 아무준비없이 28-200mm를 터무니없는가격에 구입하고.....
    한달도안되서 28-200mm처분하고 17-55mm...심심해서 또 70-200L 엄마빽통.....
    첫나들이 이후 5D MARK II를 귀웃거리고 있는 모습......참 한심스럽네요...
    정작 본인실력은 생각안하고 장비탓만하고있는 내모습...
    정말 오늘 마루토스님과 연이 안됬다면......
    정말 오늘 많은걸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꾸벅 -

    2011.04.07 18:22 [ ADDR : EDIT/ DEL : REPLY ]
  16. 올웨이씬

    선배님께서는 참 가정적일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네요..저도 가정적인 남편과 가정적인 아빠가 되려고 나름 노력을 하는데..

    돈, 명예, 권력, 사회적 지위 등 많은 것들을 추구하며 살 수는 있지만..행복한 가정과 가족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늘 하루 일하는 틈틈이 선배님 블로그에서 삶을 사는 지혜를 배우는 듯 합니다. 제 안에 있는 감성이 조금씩 꾸물거림을 느낍니다.

    2011.04.25 15:50 [ ADDR : EDIT/ DEL : REPLY ]
  17. 지나가는과객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재주도 없으면서 더좋은 장비 사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제가 부끄러워 지네요 ㅜㅜ

    2011.05.02 07:38 [ ADDR : EDIT/ DEL : REPLY ]
  18. 장마

    전 지금50d를 쓰고 있는데 실력은 없어도 mark2를 슬적 슬쩍 처다 보는 중이거든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정말 내공이 쌓이면 그 때 !!!!!
    많은 도움 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2011.06.23 14:54 [ ADDR : EDIT/ DEL : REPLY ]
  19. 우연히 들러서 죽 읽어보고 댓글 답니다. 끄덕~ 할만한 글이 너무 많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2011.06.23 19:51 [ ADDR : EDIT/ DEL : REPLY ]
  20. 세새로

    난 자제심이 너무많아 ㅠㅠ;; 난 자제심이 너무많아 ㅠㅠ;; => 머리속의 사진들...ㅋㅋㅋ
    마크로에 관심이 풍부할때였죠...
    접사튜브가 사고 싶었는데..너무 비싸더란...
    그런데 어느날 접사튜브로 쓸만한 쇠파이프 발견..
    렌즈캡을 부치고 접사튜브 완성...
    거기에 아무도 거들떠보지않는 표준줌렌즈 28-105를 장착
    사진을 찍자.... 할렐루야~~~
    비싼장비가 아니더라도... 답이 있을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1.12.05 13:40 [ ADDR : EDIT/ DEL : REPLY ]
  21. 마루토스님의 글 보면서 최고로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ㅎㅎ

    취미가 아닌 종교를 포함한 모든 것들에도 적용이 되더군요 ㅋ

    2012.05.11 2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