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0.08.20 13:21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Pattern | 1/640sec | F/2.8 | 0.00 EV | 70.0mm | ISO-100 | Off Compulsory




제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한 중학교 다닐때 즈음이었을 겁니다.

한여름에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땀을 바가지로 흘려가며 축구를 했었습니다.

즐거운 축구가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구멍가게에서 환타를 사서 나눠마셨는데

그 환타가 어찌나 달고 시원했는지, 아직까지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로 그 시원함을 잊지 못하고, 한동안 콜라 사이다 다 마다하고 환타만 마셨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환타를 마셔대도 그때만큼 달고 시원하질 않은겁니다.

환타가 아니었나 하고 미란다나 사이다를 마셔봐도 매한가지고 말이죠.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환타가 그토록 시원하고 달게 느껴졌던것은

환타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환타를 마시기 전 한시간도 넘께 뛰어다니며 흘린 땀 때문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만큼 열심히 뛰고 마신다면, 환타 아니라 그냥 보리차라 해도 꿀보다 더 달고 시원했을것임에 틀림없다는

그런 간단한 사실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던 겁니다. ㅎㅎ




사진 이야기 하는 블로그에서, 갑자기 왠 환타 타령이냐고요?



불현듯 떠오른건데, 사진도 바로 저 환타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사진 좀 찍어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어느날, 카메라 들고 나가 기막히게 멋진 사진을 찍어보셨던 분들도 계실테고

그런 멋진 사진 또 찍어보고 싶어 셔터를 계속 눌러보지만

결코 그때만큼 멋진 사진은 쉬이 찍혀주질 않는...그런 경험을 말이죠.


그때 여러분이 찍으셨던 그 멋진 사진은 사실 렌즈나 카메라 덕분이 아니라..

그날 유독 여러분이 고생하고, 힘든 노력을 기울였기에 나온 사진이었다는 사실은 쉬이 잊으시고

환타탓을 해가며 미란다나 오란씨 찾아다니던 저처럼

렌즈나 바디만 탓해가며 자꾸 기변질 하시게 되는 그런거 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두 발로 걸어다니며 땀 뻘뻘 흘려 찾고

정말 멋진 빛과 그 풍경이 합일되는 매직아워를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끈기있게 기다리신다면


여러분은 틀림없이 또 그때보다 더 멋진 사진을 찍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여러분이 판 발품과 흘린 땀과 인내하며 보낸 시간만큼 말입니다.



위에 올린 활짝 웃는 제 아들 사진도 그렇습니다.



아이의 예쁜사진, 활짝웃는 사진 찍고 싶어하는 아빠 사진사분들 많으실겁니다.

집에서 아이랑 놀아주다 아이가 활짝 웃을때 찰칵 찍은 너무나 예쁜 사진을 다시 찍고 싶은데

카메라 들고 암만 기다려봐도 아이는 전처럼 활짝 웃어주질 않죠. 어렵고 힘들고 짜증납니다.


그런데 이것도 환타랑 마찬가지예요.


그때 아이가 활짝 웃는 예쁜 사진을 직으실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가 좋아서나 렌즈가 좋아서가 결코 아니라

바로 여러분이 그 직전까지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놀아주셨었기 때문인겁니다.


근데 그 사실은 쉽게 망각하시고

이제나 웃을까 저제나 웃을까, 비싼카메라에 L렌즈들고 애 옆에 멀뚱히 앉아있어봤자

그런 예쁜 사진이 다시 찍힐리 만무합니다.



정말 예쁘고 활짝 웃는, 사랑스런 아이의 사진이 찍고 싶으시다면...



카메라와 렌즈 내려놓고, 일단 아이와 충분히 놀아주세요.

아이와 놀아주시면서 여러분이 흘린 땀만큼..

DSLR아니라 똑딱이 카메라로도,

여러분은 정말 멋지고 예쁘게 웃는 아이 사진을 찍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잼있게 놀아주면 놀아주는 만큼 활짝 웃는 정직성을 가졌으니까 말이죠. ^^

Posted by 오럴그래퍼 선배/마루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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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좋은 말씀 한가득이네요...
    저 역시나 가족 사진이 거의 전부인지라..
    하시는 말씀 하나하나 가슴에 콕콕 박힙니다. ^^

    아이가 씩씩하니 사랑많이 받고 자라는게 얼굴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2010.08.20 15: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절대공감 100퍼센트입니다.
    지금은 캐논 똑딱이로 아이를 담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DSLR만 있다면 더 예쁘게 할 수 있을텐데라고만 생각했지
    아이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똑딱이로 말입니다.

    2011.02.16 00: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카서

    엄청난 공감.....

    2011.05.05 17: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k[케이]

    정말 하나같이 주옥같은 말씀만 해주시는군요...

    평생 사부로 모시겠습니다...!!!!

    모든 글들을 다 하나하나 섭렵해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친하게 지내주십시요... ^^

    2011.06.02 20: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띠

    역시나 명조언입니다....아이에게 필요한건 관심과 사랑이 먼저겠죠..^^

    좋은말씀 잘보고 갑니다

    2011.09.23 1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정말 가슴속에 콱하고 송곳이 박히는 기분입니다. ㅎㅎㅎ 정말 저에게 깨달음을 주시는 글입니다. 잘봤습니다.

    2012.01.14 04: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special one

    명언입니다.. 이건 진리입니다.

    2012.05.23 17: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도현파파

    아이사진 많이 찍어주는 아빠입장에서 너무나 공감되는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09.22 19: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우동면

    결과물이 맘에 들지않아 기변을 할까 렌즈를 추가할까 하다 글보고 기변이나 렌즈추가에대한 불타던 욕심이 꺼졌습니다...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총알이 부족했는데 그냥 있는걸로 써야겠습니다ㅎ감사합니다

    2017.07.20 14: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